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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희망’ 들어올린 슈틸리케식 실용주의축구전문기자가 본 ‘슈틸리케호 아시안컵’ 도전과 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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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02  23: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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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확실히 달라졌다. 넘어져도 지쳐도 물러섬이 없다. 끝까지 도전한다. 끈끈한 ‘팀 대한민국’ 부활한 느낌. 1월 31일 시드니의 밤을 하얗게 불태운 120분 혈투를 지켜본 축구팬들이라면 공감했으리라.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와 연장까지 가는 사투 끝에 2-1로 패해 비록 55년만의 우승 꿈은 좌절됐지만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긍심을 공유하고자 했다. 자기 가슴 속에 깊이 우러난 말이 있어 한국어로 준비했다는 그다. 우승컵만 없을 뿐 챔피언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하며.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변화도 없고 영혼도 없는 축구로 무모하게 세계무대에 도전했다가 탈락한 ‘홍명보호’ 대표팀은 귀국하던 날 ‘엿사탕 세례’를 받았다.

그 후 7개월. 한국축구 재건의 대임을 맡은 슈틸리케 감독이 넉 달여 짧은 기간의 준비에도 첫 메이저 무대에서 변화의 서막을 열었다. 1일 귀국 환영식에서는 1000여 팬들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브라질 월드컵의 악몽을 씻어낸 ‘슈틸리케호’의 힐링.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회가 진행될수록 팬들의 공감은 점점 커졌다.

조별리그에서 1-0으로 3연승. ‘일대영’이라는 별명도 나왔지만 슈틸리케가 약속한 ‘이기는 축구’에 더 주목했다. 점유율에서 밀린 호주와 3차전에서 당당히 이겨 조1위를 차지하자 ‘다산 실학축구’란 찬사가 나왔다.

한국도 시원한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지만 동시에 상대도 한국의 페이스에 말려 고전한다는 ‘늪축구’도 등장했다. 투박한 경기력이지만 진흙탕 속 점유율 축구를 추구하는 ‘머드타카’, 각종 악재를 용병술과 전술변화로 극복하는 ‘갓(God)틸리케’ 패러디까지.

역대 어느 한국대표팀 사령탑도 한 대회에서 이렇게 많은 애칭 속에 평가를 받아본 적이 드물다. 팬들도 ‘변화하라’라는 한국팀 아시안컵 슬로건에 맞춘 슈틸리케의 도전에 그만큼 기대감이 컸던 탓일 게다.

행동하는 약속. 슈틸리케는 언행일치로 변화의 결과를 하나씩 보여주었다.

편견부터 깼다. 무명의 원톱 공격수 ‘상병’ 이정협을 발굴해 ‘군데렐라’로 탄생시켰다. 자신의 눈만을 믿는 직관으로 제로베이스 경쟁 약속을 지켰다. 취임 후 사적으로 한국을 떠나지 않고 K리그는 물론 3부리그, 대학리그 현장까지 찾아다니며 원석을 골라낸 현장주의자.

“변화의 선택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며 선수들의 신뢰를 끌어내는 리더십도 돋보였다. 브라질 월드컵 ‘넘버3’ 골키퍼였던 김진현을 재발견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것도 선입견 없는 경쟁 원칙을 지켰기에 가능했다.

위기 상황에 대비한 멀티 플레이어의 조합을 다각도로 모자이크해 선발한 치밀한 전략가. 줄감기와 부상자 이탈 등으로 악재를 맞았던 쿠웨이트와 2차전에서 7명이나 멤버를 바꿔 승리를 거두는 해법이 그 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졸전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며 “오늘부로 우리는 우승후보가 아니다”라며 선수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윙포워드로 ‘3단 변신’을 원하는 기성용의 의견을 받아들여 승리를 지켜낸 것은 경청의 대표적 사례. 선수들이 입장하는 터널 옆에서 선수들 눈과 마주치며 일일이 하이파이브하는 소통의 루틴은 신선했다. 준결승에서 우비를 쓴 이라크 감독과 달리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선수들과 함께하려는 솔선은 팀 케미스트리를 더욱 끌어올렸다.

파격 용병술은 실용철학의 결정판. 8강전서 교체투입으로 던진 승부수 차두리는 70m 폭풍 드리블로 승리를 엮어냈다. 자신이 발굴한 공격요원 한교원에게 수비역할을 맡긴 4강전 선발투입도 주효했다. 결승서 박주호를 윙포워드로 변신시키더니 후반 종료 5분을 남기고는 중앙수비수 곽태휘를 최전방 공격수로 끌어올려 끝내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을 엮어내게 한 것은 백미였다.

슈틸리케는 큰 대회에서 강한 독일식 ‘이기는 축구’의 DNA를 이식시키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겨냥한 세대교체를 위해 미래의 성장가치를 보고 신예를 발굴했다.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를 분석해 노장의 현재가치도 강조하며 차두리 곽태휘의 경험을 팀의 구심점으로 살려냈다.

아직 투박한 면도 많고 백패스도 많아 공격지향적인 점유율축구가 뿌리내리지는 못했다. “누가 언제 경기에 들어가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경기력으로 자신을 증명하도록 해주고 싶다”는 슈틸리케의 바람이 여전히 강렬한 이유다.

선수들의 의식이 슈틸리케의 지향점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는 것은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다. 주장 기성용도 “모두들 지난 월드컵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과 태도로 바뀌었다”고 변화의 힘을 인정했다.

화려한 꿈만 좇으며 구두선을 남발하기보다는 현실을 냉정히 인정하고 구체적인 변화의 실체를 다져나가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도전. 아시안컵에서 우승하겠다는 멋진 출사표 대신 현실을 직시하며 최선을 다해 전진할 뿐이라고 강조한 슈틸리케에게서 보는 실용주의다.

시련과 난관을 하나씩 이겨나가면서 점점 강해지는 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실체를 선수와 팬들과 공감하는 것도 그래서 중요하다.

“선수들의 가슴에 들어가 영혼을 울리고 싶다.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축구를 하겠다.”

슈틸리케의 취임 초 약속은 여전히 선수와 팬들 가슴을 향해 있다. 늘 고정관념을 깨는 변화를 지향하면서 한국축구의 체질 개선이라는 목표를 잃지 않는 도전을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줬기에 진정성과 느껴진다. 우승컵이 없어도 한국축구의 희망이 ‘반올림’됐다. <글=김한석 스포츠Q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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